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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튀뻥뻥뻥!!!!!!
서울대 탐방 썰_전철 역 이름 그렇게 짓지 말라고 본문
2010년이니까 중학교 3학년. 햇살이 뜨거웠던 게 여름이었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서울대에 가봤다. 담임 선생님 인솔 하에 우리 반 전체가 갔던 것이었다. 그날 내 기분은 어땠더라. 사실 별생각 없었다. 중학생이라서 대학 같은 것에 아직 관심이 없을 때였다. 앞에 먼저 쓴 이상한 게시물(?)에서 알 수 있듯이 나는 책상에 껌종이나 붙이는 정신 나간 학생이었다. 대학이 무슨 상관이야. 껌종이가 더 중요한데.
사실 왜 도대체 서울대를 가게 된 건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천안 사람이다. 충청도 천안. 천안/아산에 걸쳐 대학 갯수만 따지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을 정도로 대학이 많다. 그러니까 사실 대학 탐방이 목적이라면 굳이 서울까지 안 가도 주변에 대학이 널려있는 것이다. 근데 왜 갑자기 천안에서 서울대까지 가기로 결정한 건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여튼 나는 그냥 '서울'에 간다는 것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토요일이었나, 일요일이었나. 하여튼 주말이다. 우리는 1호선을 탔다. 그래, 그 남색 1호선. 수도권 사람들은 '1호선 신창행'은 알면서 정작 신창이 어디에 붙어있고 1호선이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건지는 잘 모른다. 인천 1호선 말고 신창행 1호선을 타게 되면 충남 아산 어느 들판까지 갈 수 있다. 그리고 이 전철은 슬프게도 30분에 1대 꼴로 오기 때문에 사실 천안 내에서는 별로 교통수단으로써의 가치가 없다. 이렇게 가끔 서울 나들이 갈 때나 타는 거지.
나는 '봉명역'에서 전철을 탔다. 어딘지 전혀 모르겠지? 하여튼 우리집 주변에 그런 역이 있었다. 아마 나는 전철에서 앉지는 못한 것 같다. 1호선은 진짜 이상한데 뭐 암튼 항상 자리도 없고 빌런도 많고 그렇다. 1호선을 타고 서울대를 어떻게 가냐고? 물론 못 가지!! 환승을 2번 했다. 금정에서 1번, 사당에서 1번. 그러면 뭐 서울대입구역까지 2시간 걸려 갈 수가 있다. 정말 이렇게 글로 쓰는 데도 끔찍한 여정이다. 하지만 10년 전 나는 이런 걸로 쉽게 지치지 않았다.
서울대입구역에 내리면 다들 알다시피 서울대가 없다. 근데 왜 서울대입구역이냐고. 10년 전임에도 '서울은 알 수 없는 동네'라고 생각했다. 하여튼 거기서 각자 서울대 셔틀 혹은 일반 버스를 타고 다시 이동해야 했다. 담임선생님꼐서는 서울대 셔틀을 타려면 동전이 필요하다고 챙겨두라고 했었다. 그래서 나도 바지 주머니 안에 짤짤이 몇 개를 주섬주섬 챙겨 왔다. 그렇게 단체로 버스를 탔고 날씨가 굉장히 좋아서 버스 안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따사로웠던 기억이 난다.
말했다시피 그날은 주말이었다. 그런데도 셔틀은 만원이었다. 왜냐하면 온동네 등산객들이 다 그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역시 서울은 알 수 없는 동네, 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등산객 어르신들이 내리시는 거 눈치보다가 대충 내리면 어찌어찌 서울대에 도착을 하긴 한다. 아침에 출발했고 거의 3시간이 지났을 테니 서울대에 도착했을 때는 점심 무렵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다 같이 식사를 하러ㅋㅋㅋㅋㅋ 서울대 학식을 먹으러 갔다.ㅋㅋㅋㅋㅋㅋㅋㅋ
서울까지 가서 남의 학교 학식을 먹어야 하다니. 그때야 별 생각 없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좀 웃기다. 웬 중학생들이 단국대에 우르르 몰려와서 피카츄맛 돈까스라던가 스파티게티밥(?)을 먹는다고 생각하면 이게 무슨... 나만 웃긴가. 암튼 나는 실제로 웃으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날 학식으로 뭘 먹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백반이었던 거 같기도 하고. 엄청 맛있지는 않았다. 아니, 뭐 학식이 다 그렇지! 맛있는 거 먹을 거면 왜 학식 먹냐고! 식사 후에는 각자 알아서 무리 지어 캠퍼스를 돌아다녔다. 그렇게 기억에 남는 건 사실 별로 없다. 진짜 10년 전이라서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서울대라고 뭐 건물을 대리석으로 짓고 그런 건 아니니까. 그냥 엄청 넓었다. 나름대로 돌아다녔다고 생각하지만 아마 서울대 반이나 돌았을까 싶다. 정확히 어디를 갔는지는 모르겠고 미대 쪽을 갔던 기억은 난다. 밖에 이것저것 조형물이 많았으니까 미대였지 않을까? 사실 모르겠다.
서울대 탐방 중 기억에 남는 썰이 하나 있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이 충청도 제자들이 관악의 공기를 느끼며 앞으로의 삶에 동기부여가 되었으면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서울대생을 만나면 '어떻게 하면 서울대에 갈 수 있는지' 물어보라고 하셨다. 물론 난 안 물어봤다. 서울대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뭐. 아니, 대학이나 입시 자체에 관심이 없어서. 근데 진짜로 물어본 반 친구가 있었다. 그리고 그 서울대생의 대답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2호선 타면 돼요."
정말... 당신... 2호선 타면 서울대입구역에 서울대 없잖아... 이게 내가 꾸며낸 소설이 아니고 실화다. 나도 이게 무슨 시트콤인가 싶은데 멀리서 올라온 중학생한테 이런 짓을 하다니. 나빴다.ㅠ 그 때 그분이 스무 살이라고 하더라도 지금은 서른 쯤 되셨겠구나. 잘 지내시나요? 그때 그 대답을 들은 중학생은 아직도 10년 전을 잊지 못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서울대에 다시 가본 적은 없다.
그냥 최근 10년만에 서울대입구역을 다시 가게 됐는데 그날 생각이 나서 써봤다. 중학생 때는 막연하게 서울은 어디든 화려하고, 크고 멋있는 도시일 거라고 생각했다. 거의 판타지였지. 그래서 처음 서울대입구역에 내렸을 때에도 되게 번화하다고 생각했다. 날씨가 너무 좋았던 탓도 있다. 햇빛이 닿는 모든 것이 빛나는 것 같다고 느꼈으니까. 그런데 다시 만난 서울대입구역은 그렇지 않았다. 그냥 서울 구도심 느낌. 날씨가 좀 흐렸던 것도 있지만. 그냥 뭐 별거 없는 서울 어느 동네? 나도 너무 많이 찌들었구나(?) 여전한 게 있다면 서울대입구역에 서울대가 없다는 사실뿐.
갑자기 옛날 기억들이 떠올라 써본 흔한 중학생의 대학탐방 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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